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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술가의 옷차림
오형근 <사진가>
전시 오프닝에서 보여지는 예술가의 옷차림은 대략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.
나 아직 작업 중이야. 나 이제 작업 끝냈어. 내가 작품이야.
어쩌면 공적일 수도 있는 전시 오프닝에서 사적인 표상을 드러내는 작가의 옷차림은 자신의 작업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이기도 하다. 아트 스쿨 내에서 펼쳐지는 학생들의 작업 공간 역시 그러하다. 크게는 공적인 틀 안에 위치하지만, 각자가 추구하는 작업의 의미를 표상할 때가 많다. 이럴 때 공간은 장소의 의미를 가지게 되고 그 안에 놓인 사물들은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, 표상이고 심상이 된다. 이처럼 사적인 경험과 해석이 깃들여진 사물들을 박 희자는 조형의 눈으로 영민하게 살펴본다. 그리고 예술 대학이라는 공적인 장소에서 이들이 어떤 사적인 옷차림으로 자신의 작업과 예술적 가치를 표방하는지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.
미술 평론가 박 영택은 그의 저서 《예술가의 작업실》에서, “작가의 작업실은 그들의 감각과 사유의 내부로 비집고 들어가기 위한 불가피한 매개다. 또한 그 곳에서 한 작가가 생을 걸고 물질을 대하는 흔적을 바라보게 된다.” 라고 평했다. 나 역시도 작가의 작업실은 완전한 사적 성소이며 내밀한 독백(獨白, monologue)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. 하지만 예술대학이라는 공적인 영역 안에 위치한 학생들의 작업 공간은 그 의미가 다르다. 기본적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방으로서의 기능은 같겠지만, 학생들의 작업 공간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예술과 소통하고 대화하는 방백(傍白, aside)의 공간이다. 그런데 곁에 사람을 두고서도 혼자 지껄이는 방백의 대사는 관객이어야만 들을 수 있다. 여기서 박 희자는 관객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. 우아하고 섬세하게 그들의 공간과 사물을 관찰하고 단정적이지 않은 중간 톤으로 감정의 여백을 두며 표현해 낸다.
‘이번 작업은 나의 무력감으로부터 시작되었다.’ 박 희자의
타자로서의 인식과 자아의 시선, 그리고 공공의 영역에 배치 된 사적 장소의 의미. 몇몇 미술 평론가들이 주목하는 박 희자 작업의 통로이다. 작가 또한 한국에서